“재산은 좀 있지만, 당장 쓸 소득이 없다면 기초생활수급 신청은 할 수 없는 걸까?” 많은 분들이 복지상담에서 가장 많이 묻는 질문 중 하나입니다. 특히 은퇴 후 소득이 없는 고령자, 장기간 실직 상태인 중장년층, 자영업 폐업자, 생활비를 버는 청년층 중에서도 일정 자산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수급 자격이 애매하다는 이유로 제도 밖에 머물렀던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통장에 현금이 없는데, 집이나 차가 있다는 이유로 수급이 거절되면 당사자로서는 허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2026년부터 시행될 기초생활보장제도 개편은 이러한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자산기준의 적용 방식을 크게 바꿉니다. 이제는 ‘실제로 사용하지 못하는 자산’을 이유로 복지를 거부당하는 일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됩니다.
1. 왜 ‘재산은 있지만 소득이 없다’는 사람이 수급에서 탈락했을까?
기초생활수급은 단순히 소득만으로 판단하지 않고, 소득과 자산을 종합해 평가합니다. 자산이 많으면 소득이 없어도 ‘살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보유 자산을 환산해서 매달 소득처럼 간주합니다. 이를 ‘재산의 소득환산율’이라고 하는데, 현재 기준으로는 보유 재산의 약 4.17%를 12개월로 나눠 매달 소득으로 계산합니다.
예를 들어, 1억 원의 재산이 있으면 약 347,000원이 매달 소득으로 간주되고, 생계급여 기준(약 85만 원 전후)을 넘게 되면서 수급 탈락 사유가 됩니다. 문제는 이 재산이 실거주 주택이나 생계형 차량, 혹은 쉽게 현금화할 수 없는 자산이라는 점입니다. 실제로는 생활이 매우 어려운데도, 보유한 자산만으로 충분히 생계를 유지한다고 간주되어 복지에서 배제된 것입니다.
특히 문제로 지적된 항목은 다음과 같습니다: 오래된 자가주택, 생계형 경차, 저축성 보험의 해약환급금, 주식 계좌, 상속으로 받은 토지 등입니다. 이런 자산들은 실제 생활에 도움 되지 않거나, 당장 현금화가 어려운 것임에도 평가 대상에 포함되면서 많은 신청자들이 불이익을 받았습니다. 이러한 구조가 장기간 유지되며, 실질적인 생활 어려움을 반영하지 못하는 비현실적인 제도라는 비판이 많았습니다.
2. 2026년 자산기준 개편, 현실을 어떻게 반영하나?
정부는 2026년부터 자산기준을 전면적으로 개편하면서, 기존의 획일적인 자산 평가 방식을 개선하기로 했습니다. 특히 ‘생활에 꼭 필요한 자산은 보호’하고, ‘실제 사용 가능한 순자산 중심으로 판단’하겠다는 방향입니다.
첫 번째 변화는 실거주 주택 공제 한도 확대입니다. 현재는 수도권 기준 약 9,500만 원, 지방 기준 6,900만 원까지 실거주 주택이 일부 공제되지만, 2026년부터는 이 한도가 지역 시세를 반영해 수도권 1억 5천만 원, 지방 1억 원까지 확대됩니다. 따라서 자가주택이 있다고 하더라도, 실제 거주 중이고 시세가 일정 기준 이하면 수급 심사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게 됩니다.
두 번째는 생계형 차량의 자산 제외입니다. 시가 1,500만 원 이하 차량 중 배달, 간병, 출퇴근 등 생계 목적으로 사용 중이라는 것이 입증되면, 해당 차량은 자산 평가에서 제외됩니다. 기존에는 920만 원 이상 차량은 일정 부분이 자산으로 환산되면서 감점 요인이었지만, 이제는 ‘왜 쓰는가’가 더 중요해집니다.
세 번째는 재산 소득환산율 완화입니다. 기존 4.17% 일률적 환산율에서 벗어나, 일정 금액 이하의 자산은 2%대 환산율을 적용받고, 일정 규모 이상일 경우에도 구간별 차등 환산 방식이 도입됩니다. 또한 장기 미사용 계좌, 해약환급금이 낮은 보험 등은 자산 평가에서 아예 제외되는 범위도 넓어집니다.
마지막으로는 채무 공제 항목 확대입니다. 학자금 대출, 질병 치료 목적 대출, 저소득층 전세자금 대출 등 공적 목적의 채무는 자산에서 차감되며, 실질적인 순자산 기준으로 수급 여부가 판단됩니다. 그동안 ‘부채가 많아도 자산이 크다’는 이유로 수급이 탈락되던 구조가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3. 수급을 원하는 자산 보유자라면 이렇게 준비하세요
2026년 이후 자산기준이 완화되더라도, 신청자의 준비는 여전히 중요합니다.
첫째, 본인이 보유한 자산 내역을 스스로 정리하고 확인해야 합니다. 주택 시세 확인은 KB 부동산 앱이나 네이버 부동산을 통해 가능하며, 차량 시가는 차량 365, 보험 해약환급금은 보험사 앱 또는 해약환급금 조회서비스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둘째, 실거주 입증을 위한 서류는 필수입니다. 주민등록등본, 공과금 고지서, 등기부등본, 생활사진 등이 모두 증빙 자료로 활용되며, 공동명의 주택이라면 본인 지분율을 명확히 해야 불이익을 피할 수 있습니다.
셋째, 생계형 차량 입증에는 배달앱 사용 내역, 차량 보험용도 등록증, 운행기록장치(GPS) 출력 자료 등이 유효하며, 소득이 낮거나 변동이 큰 프리랜서라면 거래내역, 간이영수증 등이라도 준비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넷째, 부채 정리도 중요합니다. 정부지원 대출, 정책금융, 청년·노인 주거대출 등은 차감 대상이므로, 금융거래내역서와 상환계획서를 반드시 보관하고 제출 준비를 해야 합니다. 의료비 대출, 긴급생활자금 대출은 가족관계증명서, 진료비 영수증과 함께 제출하면 인정을 받을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2026년부터 기초생활보장제도는 단순한 자산 보유 여부가 아닌 ‘생활 실태’ 중심으로 변화합니다. 이제는 집이 있다고 해서, 차량이 있다고 해서, 수급 자격이 무조건 배제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본인의 생활환경을 정확히 전달하고, 필요한 정보를 서류로 준비하는 일입니다. 복지제도는 점점 더 생활 밀착형으로 진화하고 있으며, 정보를 알고 활용하는 사람에게 더 많은 기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재산이 있더라도 지금 당장 생활이 어렵다면, 수급 신청을 고민해 볼 수 있습니다. 준비된 자에게 복지는 문을 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