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10년째 알레르기 비염과 함께 살고 있는 직장인입니다. 처음 비염 진단을 받았을 때는 단순히 약 먹으면 금방 나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정말 컸더라고요. 특히 예상치 못한 순간에 갑자기 찾아오는 증상들 때문에 정말 당황스러웠던 적이 많았습니다.
오늘은 제가 지난 10년 동안 비염 때문에 겪었던 가장 당황스러웠던 순간들을 솔직하게 공유해보려고 합니다. 혹시 저와 같은 고민을 하고 계신 분들께 조금이나마 공감과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중요한 회의 중 멈추지 않는 재채기 연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입사 2년 차 때였습니다. 부장님이 주관하는 중요한 프로젝트 회의에서 발표를 해야 했는데, 그날따라 봄꽃가루가 심했나 봐요. 발표를 시작하자마자 갑자기 재채기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한두 번이라 '실례합니다' 하고 넘어갔는데, 5분 만에 재채기를 10번도 넘게 했더라고요. 회의실에 있던 모든 분들이 저를 쳐다보시는데 정말 땀이 뻘뻘 났습니다. 더 큰 문제는 재채기할 때마다 콧물까지 나와서 발표 자료를 들고 있는 손으로는 막을 수도 없었다는 거예요.
결국 발표를 중단하고 화장실에 다녀와야 했습니다. 그때 부장님이 "괜찮으니까 천천히 하라"고 말씀해 주셨는데, 오히려 더 미안하고 부끄러웠어요. 그 이후로는 중요한 일정이 있는 날에는 미리 항히스타민제를 챙겨 먹게 되었습니다.
첫 데이트에서 입으로만 숨쉬며 대화하기
대학생 때 짝사랑하던 선배와 드디어 첫 데이트를 하게 되었는데, 하필 그날 비염이 심하게 왔더라고요. 코가 완전히 막혀서 입으로만 숨을 쉬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카페에서 대화를 나누는데 제 목소리가 너무 이상했어요. 코가 막혀서 콧소리가 심하게 났거든요. "괜찮냐"라고 물어보시는데 "네, 괜찮습니다"라고 대답하는 제 목소리가 마치 감기 걸린 것처럼 들렸습니다.
더 당황스러웠던 건 음료를 마실 때였어요. 코로 숨을 쉴 수 없으니까 빨대로 음료를 마시면서 동시에 입으로 숨을 쉬어야 했는데, 이게 생각보다 어렵더라고요. 몇 번 사레가 들려서 기침까지 했습니다.
선배가 "감기인가? 오늘 아프면 다음에 만나자"고 하셨는데, 비염이라고 설명하기도 민망하고 해서 그냥 괜찮다고 했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솔직하게 말씀드렸으면 이해해 주셨을 텐데 괜히 숨기려고 했던 것 같아요.
지하철에서 갑작스러운 콧물 분수쇼
출근길 지하철에서 일어난 일인데, 아직도 생각하면 얼굴이 빨개집니다. 평소보다 일찍 집을 나서서 여유롭게 지하철을 탔는데, 에어컨 바람이 직접 얼굴에 닿는 자리에 앉게 되었어요.
처음에는 시원해서 좋았는데, 10분 정도 지나니까 갑자기 콧물이 줄줄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휴지를 꺼내려고 가방을 뒤지는데 평소 항상 들고 다니던 휴지가 떨어진 거예요. 그 순간 정말 당황스러웠습니다.
옆에 앉아 계신 할머니가 휴지를 건네주셨는데, 그 와중에도 콧물은 계속 나와서 완전히 민망했어요. 더군다나 러시아워 시간이라 사람들이 빽빽하게 서 있는 상황이었거든요. 그때부터는 가방 곳곳에 휴지를 비축해 두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프레젠테이션 중 코막힘으로 인한 발음 변화
회사에서 고객사 앞에서 제품 소개 프레젠테이션을 하게 되었는데, 그날 아침부터 코가 완전히 막혀있었어요. 약을 먹었지만 바로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고, 일정상 미룰 수도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발표를 시작하는데 제 목소리가 평소와 너무 달랐어요. 특히 'ㄴ', 'ㅁ' 발음이 제대로 안 나와서 "이번에는"이 "이버에는"처럼 들렸습니다. 고객분들이 의아한 표정을 지으시는 게 눈에 보였어요.
중간에 물을 마시며 시간을 벌어보려고 했지만 코막힘은 여전했고, 결국 "죄송합니다, 알레르기 비염 때문에 발음이 좀 이상할 수 있습니다"라고 양해를 구했어요. 다행히 고객분들이 이해해주셨지만, 그 순간의 당황스러움은 잊을 수 없습니다.
영화관에서의 연속 재채기 사건
친구들과 조용한 드라마 영화를 보러 갔는데, 영화가 시작되고 30분쯤 지났을 때부터 재채기가 나기 시작했어요. 아마 영화관의 에어컨이나 먼지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조용한 장면에서 갑자기 "에취!" 하고 재채기가 나오니까 주변 사람들이 다 쳐다보더라고요. 한 번으로 끝나면 좋겠는데 비염의 특성상 연속으로 나와서 정말 난감했습니다.
최대한 소리를 줄이려고 입을 막고 재채기를 참으려고 했는데, 그러면 더 이상한 소리가 나더라고요. 결국 영화 중간에 나가서 화장실에서 한참 재채기를 하고 다시 들어왔는데, 이미 스토리를 놓쳐버린 상태였어요.
면접에서 갑작스러운 코막힘
대학 졸업 후 첫 취업 면접을 보러 갔는데, 긴장 때문인지 스트레스 때문인지 갑자기 코가 막히기 시작했어요. 평소에도 스트레스받으면 비염이 심해지는 편인데, 하필 그런 중요한 순간에 찾아왔더라고요.
면접관이 질문을 하시는데 대답할 때마다 콧소리가 나서 정말 부끄러웠습니다. "자기소개를 해보세요"라는 질문에 준비했던 대답을 하려고 하는데, 목소리가 평소와 너무 달라서 자신감도 떨어지고 말도 더듬게 되더라고요.
중간에 "감기이신가요?"라고 물어보셔서 "아니요, 알레르기 비염이 있어서 그렇습니다"라고 설명드렸어요. 다행히 면접관분이 "저도 비염이 있어서 이해합니다"라고 하시며 웃어주셔서 분위기가 좀 나아졌지만, 그 순간의 당황스러움은 정말 컸어요.
결혼식 축사 중 재채기 폭발
친한 친구의 결혼식에서 축사를 부탁받았는데, 5월이라 꽃가루가 심한 시기였어요. 야외 결혼식이었는데 주변에 꽃들이 많이 장식되어 있었거든요.
축사를 시작한 지 1분도 안 되어서 재채기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마이크를 잡고 있는 상황이라 손으로 막을 수도 없었고, 하객들이 모두 저를 보고 있는 상황이었어요.
"신랑 신부의 앞날이 행복하기를... 에취! 죄송합니다. 행복하기를... 에취!" 이런 식으로 축사가 진행되니까 신랑신부도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더라고요. 결국 "꽃가루 알레르기 때문에 이러는데 마음은 진심입니다"라고 말하고 축사를 마쳤어요.
나중에 신랑이 "네 축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농담을 했는데, 그때는 웃지도 울지도 못하겠더라고요.
비염 환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
이런 당황스러운 순간들을 겪으면서 깨달은 게 있어요. 비염은 우리가 컨트롤할 수 없는 질환이고,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다는 거예요. 처음에는 다른 사람들 눈치가 보여서 숨기려고 했는데, 오히려 솔직하게 설명하는 게 낫더라고요.
지금은 중요한 일정이 있을 때는 미리 약을 먹고, 항상 휴지와 스프레이를 챙겨 다닙니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미리 비염이 있다고 말해두는 편이에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해해 주시더라고요.
혹시 저와 비슷한 경험을 하고 계신 분들이 있다면, 너무 위축되지 마시길 바라요. 비염은 정말 많은 사람들이 겪고 있는 흔한 질환이고, 적절한 관리를 통해 충분히 일상생활을 할 수 있거든요.
무엇보다 전문의와 상담해서 본인에게 맞는 치료법을 찾는 게 중요해요. 저도 여러 병원을 다니면서 지금은 나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제가 시도해 본 다양한 치료법들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공유해 드릴게요.